주지훈

키친 보그 기사 (2008)

floriane 2010. 8. 19. 10:12

 

 

 

 

 

 

두레가 말했다. “그녀에게도 불순한 의도나 나쁜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백마디 말을 나누는 것보다 손을 한 번 잡는 편이 상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잖아요?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 그녀를 안았을 때 알았어요.” 당신의 나이가 몇이며 어떤 상황에 놓여 있 든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감정 자체는 순수하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 두레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현재의 사랑이 끝인 것처럼 지금의 이 감정에 충실하게! “어떻게 미래를 알아요? 나는 현재에 살고 있는데… 아프게 끝날 수 있지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두레는 형이 잠든 침실에서 모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난 정말 진심일 뿐인 걸요.” 그 무렵 모래는 행복했던 것 같다. 벤자민나무가 자라나는 아일랜드 조리대 위로는 신선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기웃거리게 되고, 계속 쳐다보게 되고… 그땐 두레가 그랬어요.” 모래가 지난 시간의 애정이 묻어나는 살림살이들을 반들반들 쓸고 닦는 동안 주방에선 종종 두 남자가 함께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릇들이 달그락 부딪히고 달큼한 향기가 집안을 메웠다. 동화 같은 주방에선 마술처럼 매일같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이 탄생했다. 정겹고 익숙한 밥상이 차려지던 식탁엔 처음 맛보는 맛깔스러운 요리가 함께 올랐다. 무엇이 더 좋았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 앞엔 언제나 옆에 있던 공기 같은 한 남자와 예측 불가능한 두레가 앉아 있었다. 누구를 더 사랑했는지도 알 수 없다. “사랑의 정의가 무엇 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쿨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스라 히 이어지는 줄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감정의 줄타기. 그래서 두레와 모래는 영원히 행복했을까? “인생에 있어 사랑이란, 사실 안 하면 모르는 거고 힘들 일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 데요. 설령 몸에 해로운 음식일지라도 굶는 것보단 맛보고 느끼는 거,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달착지근한 솜사탕 냄새로 어지러운 서울의 한 스튜디오. 영화 속 캐릭터가 되어 지난 사랑을 회고하던 두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기억속 키친에서 맛있는 사랑을 만들어주었던 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전 사랑을 할 때 제 감정에 솔직하고 좋으면 한없이 표현하려고 해 요. 그리고 싫어졌을 땐, 이별을 해요. 그런데 이별은 어떤 이별이든 잔인하잖아요. 난 그래야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해 상대가 상처 받고 또 내가 상처 받는다는 게, 그게 나의 서툰 방법이 아니었나… 사람이 만나다 보면 정도 들고 익숙해지는 건데… 어디에 정답이 있는 건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단 한 번뿐인 인생인데,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옳은 거라고 여전히 믿어요.” 솜사탕처럼 머리카락을 둥글게 말고 카메라 앞에 선 신민아는 모래만큼이나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두레와 주지훈은 알록달록 마카롱을 앞에 두고 도대체 언제부터 사랑 이 시작되었음을 느끼는지 고민한다. “모르겠어요. 그런 감정은 그냥 갑자기 툭 튀어나와요. 어떤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소와 다름없이 얘기를 나누던 어느 순간. 그때부터 고민이 돼요. 말할까, 말까. 그런데 늘 말했어요. 정말 짧은 순간 엄청나게 밀도 있게 고민을 하고 나서! 왜냐면 무섭거든요, 차이는 건.” 영화 속과 밖의 두 청년은 꼭 닮아 있다. 장난스럽지만 밉지 않고, 유쾌하나 속은 깊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의 머리 위에 마법사 모자가 씌워졌다. 신민아와 주지훈이 솜사탕이 주렁주렁 매달린 기묘한 나무 아래에 섰다. 시간은 다시 흐른다. 키친엔 여전히 모래가 앉아 있다. 테이블 위로 한낮의 햇살이 한 움큼 툭 떨어지자 그제야 고개를 든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며 그녀는 생각했다. ‘다들 햇살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데 그걸 모르고 지나치는 게 아닐까…?’ 더 많은 시간이 흐르자 그곳엔 아무도 없다. 벤자민 나무가 자라나던 조리대는 비었고, 텅 빈 집엔 꿈결처럼 오레가노 향기만 남아 푸른 기억의 언저리를 떠돈다. 아주 오랜 후에 누군가 그때의 일을 묻자 두레는 이런 말을 했다. “여름은 분명 언제나 더운데, 이상하게 그 해 여름은 굉장히 밝고 시원하게만 기억돼요. 아마 즐거운 날의 기억이라서 그런가 봐요.” 

 

 

키친관련 보그 화보 기사인듯.. 일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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