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임이랑 기자] 긴 수염에 상투를 트고 안방극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진이한은 드라마가 끝나자 말끔하게 수염을 잘랐다. KBS 2TV 월화드라마 '한성별곡-정(극본 박진우, 연출 곽정환)'을 통해 잠시 양반과 노비 사이에서 태어난 박상규가 됐던 진이한은 그렇게 서서히 박상규에서 진이한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한성별곡-정'의 마지막 회를 앞두고 마이데일리를 찾은 진이한은 머리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바꿔봤다며 환하게 웃는다. '한성별곡-정'의 캐스팅 라인이 확정되자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 출연 경험도 없는 배우를 주연으로 썼다"며 약간은 놀라워 했지만, 직접 만난 그는 왜 박상규 역으로 간택됐는가를 알게 해 줬다. 밝다 못해 장난스러워 보이기 까지 하는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눈빛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얼자 출신의 서러움과 '꺼벙이'라는 별명을 함께 지니고 있는 박상규의 모습이 묻어났다.
"모니터 안의 내모습, 처음엔 신기하고 나중엔 답답했죠"
그는 뮤지컬 '루나틱', '빠담 빠담 빠담', 연극 '육분의 륙' 등에 출연해 무대에서는 꽤나 경력을 쌓은 배우다. 안방극장에서는 데뷔 작품에서 주연으로 덜컥 낙점돼는 행운을 안는 경험을 했다. 아무리 연기경력이 길다 해도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연기이기 때문에 그에게 '한성별곡-정'이라는 작품은 매우 중요했다.
"처음에는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제 모습이 신기했어요. 제가 연극하는 모습을 제가 볼 수는 없잖아요"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흥분했던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이 표현하려는 것이 모니터를 통해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해야 했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에만 익숙하고 카메라와 연기하는 것에 서툴렀던 그는 시청자와 그 사이에 놓인 브라운관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노비인 어머니가 물벼락을 맞는 장면 등은 정말 많이 가슴아파 하며 찍었는데, 찍힌 것을 보니 전혀 그런게 전달이 안됐더라고요. (관객이 아닌)시청자가 보는 것이기 때문에 미세한 표정들, 감정들, 눈빛, 살 떨림 하나까지도 살더군요"라며 차이점을 설명한 진이한은 "그런것 잘 몰랐어요. 많이 배우고,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담담히 털어놨다.
하지만 캐릭터에 몰입했던 만큼 적응도 빨랐다. 그는 "몰랐을 때는 너무 어려웠는데 알고 나니 재미있더군요"라는 말로 카메라 앞에 서는데 익숙해 졌음을 알렸다. 지금 '한성별곡-정'이라는 작품 한편을 끝낸 그는 이제 드라마만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촬영내내 박상규와 같은 아픔 느꼈어요"
"꺼벙이라는 별명 참 좋았어요. 하지만 박상규의 가벼운 행동들은 한쪽 면일 뿐이고, 사실 박상규는 깊은 아픔을 지닌 인물이죠" 진이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박상규로 살아왔던 시간을 풀어놨다. 박상규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과, 박상규 안으로 들어가 나를 버리는 것 두가지 방법중에 후자를 택했다는 그는, 그래서 얼자 출신으로 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박상규의 아픔마저 그대로 느껴야 했다.
활동적이던 그는 어느새 소심하고 말수적은 박상규가 됐고, 친구들을 만나도 조용하기만 했다. 일상복 보다는 한복이 더 편해지고, 촬영지에 있다 잠시 시간이 나서 시내로 나오면 마치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처럼 이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계속 드라마에 몰입하며 몸무게 6~7kg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박상규 안으로 들어가 있다는 느낌에 그는 행복했다.
"진이한이 아닌 박상규가 되자고 다짐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한 마디만 들어도 행복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준비기간까지 약 반년동안 박상규로 살아온 진이한은 촬영을 마친 지금 외모도, 생각도 서서히 박상규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상투를 틀고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집에 있으니 너무 어색해요. 남들은 하기 힘들다는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한번이라도 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라며 촬영에 여념없던 시간을 돌아본다.
이제 막 브라운관에서 첫번째 시험을 마친 진이한은 또 다른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 "'저 사람이 예전 그 사람이야?'라고 놀랄 정도로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배우의 생명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굳이 드라마, 뮤지컬, 등의 장르는 따지고 싶지 않단다.
진이한은 이제 막 안방극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계산된 연기'보다 '진심을 잃지 않는 연기'를 하고싶다는 그가 연극무대에 이어 안방극장에서도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자.
['한성별곡-정'에 출연했던 진이한.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임이랑 기자 que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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