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은 완벽주의자다. 자신이 생각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연기에는 항상 야박한 점수를 준다. 대신 그는 부족함을 느낄수록 노력을 한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서 주지훈은 노력가로도 꽤 유명하다. 아마도 그런 긍정적인 욕심이 주지훈을 괄목상대할 큰 배우로 성장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박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감독님은 굉장히 좋은 분이세요. 무척 무서운 분이긴 하지만 마치 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때론 불만도 생기고 힘들기도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다 저를 위해서 그러셨던 거구나 하고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지더라구요.
감독님께 가장 크게 혼난 기억은 언제였나요?
생각보다 많이 안 혼난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 대본 리딩할 때는 엄청 혼났는데 막상 현장에서 슛
들어가서는 그렇게 혼내지 않으셨어요. 가장 크게 혼난 건 리딩할 때 제가 캐릭터를 잘 못잡고 있으니까
아주 조용히 “현장에서 그렇게 하면 죽는다~!” 하시는데 오히려 그게 막 무섭게 다그치거나 소리
지르시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어요.(웃음)
감독님께 장학금은 얼마나 받으셨나요? 어떤 씬에서 받으셨고, 또 장학금을 어디에 쓰셨는지도
궁금한데요.
장학금 합계는 18,000원이었는데 천원 두 번, 16,000원 한번 이렇게 받았어요. 가장 처음 받은 건
두 번째 촬영에서였던 것 같은데, 리딩 때 많이 혼났던 거에 비해 잘 했다고 생각하셨는지
“어? 너 왜 좀 나아졌냐?” 하시며 천원을 주시더라구요.(웃음)
16,000원은 승하가 태성이란 사실을 알게 된 승희와 승하 남매의 눈물씬에서 받았어요. 그 씬에서 저말고
승희 역의 전예서씨도 함께 받았는데 한번에 그 정도로 주신 걸 보면 무척 맘에 드셨던 모양이에요.
받은 장학금은 한동안 잘 간직하고 있었는데,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 그 때 식사를
배달시켜 먹는 데 어쩔 수 없이 써버렸어요.(웃음)
전에 <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마왕>을 보면서도 눈물 흘린 장면이 있나요?
제가 출연한 장면 외에는 어떻게 촬영됐는지 모르다 보니 그 때만큼은 저도 한 사람의 시청자 입장에서
<마왕>을 봤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린 시절 태성이의 모습, 특히 형과 엄마와의 즐거웠던
순간과 형과 엄마를 잃은 슬픔, 이런 장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많이 흘린 것 같아요.
주지훈씨는 후반에 갈수록 놀라울 정도로 극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마왕> 이후 연기력이 더 좋아졌다고 느끼시나요?
처음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윤곽이 잡히면서는 제가 연기하면서 확실해지는
부분이 있었죠. 그런 것 때문에 나중에 갈수록 잘 하는 것처럼 느끼셨던 것 같고, <마왕>을 하면서 제
연기력이 크게 발전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드라마라는 미디어 매체에 익숙해진 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집중을 해야지’ 마음 먹는다고 바로 집중되는 게 아니라 ‘이런 부분은 미리 준비하고 집중
해야겠구나’ 하는 연기의 스킬에 있어서도 감을 좀 잡은 것 같구요.
차광두 사무장 역의 김규철씨와 가깝게 지내신 것 같던데 연기 지도도 많이 해주셨나요?
연기에 있어서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지만 현장에서는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
셨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들 지쳐있었고 스토리도 점점 심각해지면서 현장 분위기가 많이
무거워졌는데 김규철 선생님께서 항상 분위기를 띄워주시고 즐겁게 만들어주셔서 스텝분들도 항상
선생님 언제 오시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죠.(웃음) 선생님의 연륜과 경륜에서 나오는 여유랄까,
그건 정말 아무나 가질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것 같더라구요.
김규철씨께서 삼겹살도 사주셨다던데, 주지훈씨가 무척 많이 드셨다고요.(웃음)
하하하! 선생님께서 삼겹살을 사주셨죠. 선배님들이 사주시는 건 많이 먹는 게 예의예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고기도 제가 알아서 더 시켜먹고 사이다도 시켜먹었답니다.(웃음)
나중에 지훈씨가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음식을 사주게 되었을 때, 예의바르게(?) 많이 먹는 후배가 여전히 예쁠까요?
네~! (웃음)
동료 배우들과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엄태웅씨나 신민아씨 모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부터 쉽게 친해지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태웅이 형은 처음부터 저한테 먼저 아주 친절하고 반갑게 대해주셨어요. 그래서 태웅이 형이
낯 가린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데, 제가 본 태웅이 형은 낯가리고 이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컨셉을 바꿨나 보죠? (웃음) 민아씨는 워낙 말 자체를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말할 때 목소리 톤도 낮고,
무척 조용하고, 항상 말없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듯 보여서 제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걸어 그걸
깨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쩜 그런 모습 때문에 민아씨가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지만요.
사실 민아씨는 <마왕> 끝나고 한번인가 밖에 못 봤어요. 이상하게 여배우들과는 친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웃음) 윤은혜씨도 지금은 많이 친해져서 말도 놓고 지내지만 <궁> 끝날 때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썼었어요. 나중에 쫑파티 하면서 은혜씨가 살갑게 굴고 편하게 대해주면서 말도 놓으면서 더 친해지게 됐고, 지효 누나야 워낙 성격이 털털한 지라 촬영할 때부터 바로 말 놓기 시작했지만요.(웃음)
엄태웅씨와는 <마왕> 이후에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있으신지요?
태웅이 형과는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형이 자꾸 바쁜 척하면서 만나주질 않네요.(웃음) 영화 찍느라 바빠서 그런가 보다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전화하면 만날 어디서 술 마시고 있어요. 제가 한잔 하자고 할 때는 안 마시더니…(웃음)
좀 나쁜(?) 형이네요.
아뇨 …그래도 전 태웅이 형이 좋아요^^
마왕에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너무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되는데 같이 연기하시면서 혹은 드라마로 보시면서 새삼 연기력에 감탄한 그런 분이 있나요?
이건 절대 빈말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보면서도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어요. 태웅이 형 같은 경우가 참 화나게 하는 스타일인데(웃음),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버벅대고, NG 엄청 내고, 막 웃기고 그러는데 화면을 보면 연기를 엄청 잘 해요. 분위기 이상하게 웃기게 만들어놓고 자기 건 다 잘 했더라구요. 와~ 대단한 사람이에요.(웃음) 저도 태웅이 형 때문에 NG 엄청 냈지만 민아씨는 웃느라고 아예 대사를 못 했어요.
주지훈씨도 NG를 많이 내신 편인가요? 가장 NG를 많이 낸 장면은 무엇인가요?
대본이 몇 페이지씩 넘어갈 만큼 긴 대사들이 좀 있었는데, 그런 씬에서 한번 대사가 꼬이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그러면 계속 끝도 없이 꼬여버리죠.(웃음) 승하가 성준표 기자와 한강 둔치에서 대화를 나누던 씬에서도 대사가 둘 다 무척 길어 선배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NG를 엄청 내서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해졌던 적이 있었죠.(웃음)
마왕팀은 유독 팀워크가 좋았다고 느껴지고 회식이나 단합대회 등으로 자주 뭉친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만…
늘 재미있죠. 감독님이 위엄 있고 카리스마가 상당하신 분인데 그런 자리에서는 분위기 잡고 가만히 앉아계시는 게 아니라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세요. 그래서 감독님이랑 노래하면서 춤도 추고…흐흐… 그리고 술을 너무 좋아하시는데 저희가 같이 달릴 때도 있었지만 마지못해 잡혀갈(?) 때도 많았어요. 감독님이 1차 끝나고 2차로 이동하는 길목을 지키고선 아무도 못 가게 하셨거든요.(웃음) 단 한 사람도 빠지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감독님께서 우리는 한 식구, 한 팀이니까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항상 주장하셔서 빠졌다간 혼나기 일쑤였죠. 그거 아세요? 감독님이 2차 회식 빠진사람들 명단을 프린트로 뽑아서 촬영현장에 꼭 붙여놓으시는 분이세요. (웃음)
촬영하시는 동안 소라 역의 민희양을 잘 챙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주지훈씨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떤가요?
소라가 이쁘잖아요!(웃음) 저희 집안이 식구가 많은 편이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촌 동생들도 있다 보니 아이들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대신 제가 편하게 막 대할 수 있는 아이들이 좋아요. 제가 툭툭 치면 같이 장난으로 받아 칠 수 있는 그런 밝은 아이들이 좋아요. 소라 같은 경우는 워낙 이쁘게 구니까 안 이뻐할 수가 없었어요. 저한테 편지도 써서 줬는 걸요. 자기랑 결혼하자고…(웃음) 그런데 어느날, 수곤이 형 아들인 하늘이를 만나고선 동갑내기 친구가 생기니까…. 저를 바로 버리더라구요. 하하하.
하하^^. 민희 양과 촬영하면서 참 재미있으셨겠어요.
아! 소라가 저더러 결혼하자며 꽃도 줬는데…(웃음) 수곤이 형 농장에 찾아간 씬 찍을 때 소라가 꽃을 따다가 주면서 결혼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얼마나 예뻐요!
그래서 소라에겐 뭐라고 답해주셨나요? 더 커서 오라고? (웃음)
아뇨. 힘들 거라고 그랬죠. 대신 네가 다 자랐을 때도 그때까지 오빠가 좋다면, 그때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어요.(웃음)
<마왕>을 촬영하시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승하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게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보다는 제 스텝들이 고생을 한 게 제가 차 안에서 <마왕> OST의 <사랑하지 말아요> 한 곡만 계속 들었거든요. 그 노래는 가사가 정말 최고예요! 오수의 입장에서 해석해도 공감이 가고 승하의 입장에서 해석해도 공감이 가는 노랫말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오수와 승하 두 사람이 참 많이 닮아있는 거네요. 아무튼 제가 잠자는 시간 두 시간과 촬영장에서 슛 들어갈 때 정도를 빼고는 계속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들으며 감정을 잡는 바람에 제 스텝들이 다들 너무 힘들어했죠. 아마 그분들은 앞으로 2년 가량 JK김동욱씨 노래를 안 들을 것 같다는…(웃음)
<궁> 때는 촬영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어떠셨어요?
<마왕>하면서는 오히려 오기가 더 생겨서 달려들고 싶었어요. 그 오기가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평가해서가 아닌 저 스스로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그런 오기였어요.
본인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이런 질문이 참 힘든데요.(웃음) 저는 제 연기에 대해 다 아쉽지, 만족스럽지가 못하거든요. 보면서 만족스러웠다기 보다 연기를 하면서 느낌이 좋았던 장면이 승희 누나와의 눈물씬인데, 원래 대본에는 승하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감정이 복받쳐 오르니까 저절로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그래서 제 연기가 맘에 들었다는 건 아니고(웃음),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눈물이 덜컥 나와버리는 걸 보면서 ‘아, 이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럼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마왕>은 어느 장면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한 씬 한 씬이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 그 씬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어서 굳이 어느 한 장면만을 꼽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건 정말 감독님과 스텝들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나온 장면을 보고서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란 적도 있었으니까요.(웃음)
어떤 씬에서 놀라셨는데요?
그렇다고 곧바로 물어보시네요?(웃음)성준표 기자가 승하의 정체를 알고 집으로 찾아오는 장면에서 끝에 승하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엔딩하는 거였는데, 그 씬을 나중에 TV로 보니까 그 미소가 어찌나 서늘하게 느껴지던지 제가 다 섬뜩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느낌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촬영 후 바로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실제로는 어떻게 찍혔는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조명 등의 외부적인 요건과 상대 배우의 연기로 인한 리액션 덕에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만큼은 표현이 된 것 같아서 좋았죠. 그건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주변 여건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준 거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마왕>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드라마라 촬영장에서의 분위기 또한 무겁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편이었어요. 원래는 잘 노는 성격인데 <궁> 때 황인뢰 감독님께 현장에서는 집중하고 있으라고 배워서인지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물론 식사 시간 같은 자유 시간에는 형들이랑 잘 놀지만 슛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는 감정몰입하고 집중하는 편이라 저는 항상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혹시 촬영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승하와 해인이의 소나기 씬에서 비 뿌리도록 설치해놓은 장치가 쓰러지면서 민아씨 코디네이터 정수리에 맞았어요. 당시에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저희도 막 웃고 그 분도 창피해서 그랬는지 막 웃으시는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많이 다치셔서 저희가 웃은 걸 너무 죄송스러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만약 역할을 바꿔 마왕을 다시 찍는다면 어떤 캐릭터를 한번 맡아보고 싶으신가요?
(단호하게)없어요! 오로지 승하 역이 너무 땡겨서 꼭 하고 싶다고 감독님을 찾아갔던 건데…(웃음) 음… 그래도 꼭 고르라면 소라 역할? 하하하!
<마왕>은 작품성과는 별개로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웠던 작품인데, 주지훈씨는 어떠셨나요?
연기자가 이러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 사실 시청률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는데, <마왕>이 끝나고 나서 시청률이 낮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딱 한번 느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 촬영하는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궁>만 거론하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이 좋은 작품을 못 본 사람이 많구나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되었죠.
예전에 <궁>은 주지훈씨에게 있어 삶의 일부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왕> 역시 그런가요
그럼요. 짧은 시간이었더라도 <마왕>을 찍던 그 시간들이 제가 지내온 삶의 일부분임은 분명하잖아요. 그리고 일종의 세뇌洗腦와도 같은데(웃음),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스텝들을 비롯해 시청자들 모두가 저를 주지훈이 아닌 오승하로 보고 저 역시 연기를 위해서였지만 승하라는 인물이 돼서 살아가던 시간인지라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그럼 <마왕>이 주지훈씨에게 어떤 작품인지를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네요.(웃음)
<궁>이나 <마왕>이나 그냥 제 젊은 날의 일부예요.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흘려 보낸 세월이 아닌 소중한 의미를 가진 시간들이죠. <마왕>을 하면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전에는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고, 기쁠 땐 기쁘고, 슬플 땐 슬퍼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간의 감정이 희로애락만으로 간단하게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감정도 이런저런 감정이 뒤섞여있을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죠.
일본의 시청자들을 위해 <마왕>의 시청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
<마왕>은 표면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지만 계속 보시다 보면 휴먼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실 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 인간의 대립을 그린 복수극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가 낱낱이 드러나 있죠. 그래서 드라마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승하와 오수의 행동을 보며 스스로에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될 텐데, 그런 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좋게 생각하신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어떤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지훈씨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주지훈은 이런 배우다’ 라기 보다는 그냥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로 오래 기억되고 싶어요. ‘승하’를 연기한 배우, ‘신’을 연기한 배우 이렇게 말이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이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역 정말 좋았다’라고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동안 맡은 역이 모두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제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는 지금 영화에서 하고 있는데, 이 캐릭터도 이중적인 면이 있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편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기존에 했던 인물과 비교해서 감정의 폭은 훨씬 넓은 편이에요. 사실 사람 마음이란 게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늘 바뀌잖아요.(웃음) 그런 것처럼 제가 바뀔 때마다 하고 싶은 캐릭터도 달라질 거 같아요. 장르에 있어서는 한국분들이 보기에는 많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주 많이 잔잔한 그런 스타일의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일본 작품 중에 특히나 그런 게 많은데, 마치 한 발짝 뒤에서 담담하게 지켜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우리가 흔히 겪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그린, 정말 리얼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통해 얻게 되는 감동이 참 많거든요. 지금 촬영 중인 영화도 조금은 그런 느낌의 작품이구요.
그 동안 일본을 여러 번 방문하신 걸로 아는데, 일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소설과 영화 등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느낀 바로는 일본은 같은 동양이라는 것만 빼고는 문화와 감성 자체가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 문화적인 차이에서 생기는 간극이 엄청날 거라고 예상했기에 일본분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게 여겨졌어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이 구경하신 편인가요? 그렇다면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였나요
특별히 구경을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죠. 이걸 봐야겠다, 저길 가 봐야겠다 이런 게 아니라 여유롭고 편하게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길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그런 게 좋아요. 예전에 비행기 마일리지가 있길래 혼자 무작정 일본 여행을 떠났다가 시부야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날이 마침 일요일이었어요. 게다가 마침 비까지 내리는데, 제가 또 비 오는 날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요일, 공휴일의 느낌에 비까지 내리고 그 사람 많은 시부야 거리에 혼자 앉아 있는데 그 자체로 너무나 행복했어요.(웃음) 그리고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2008년도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지금 영화 열심히 촬영 중이니 2008년에는 영화로 우선 만나게 될 것 같구요. 아직 뭐라고 말씀드릴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건 없지만 지난 2년 동안 보다는 좀 더 많은 활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제가 말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웃음)
아무튼 제 가장 큰 바람은 더 자주 팬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다는 거예요! <마왕> 가이드북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팬여러분들도 내년 2008년은 ‘있는 힘껏’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바랄께요.
주지훈은 요즘 영화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 촬영에 한창이다.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 때문인지 그는 이제 승하를 벗어버린 듯 한결 밝아 보이는 모습이다. 호불호(好不好)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사람,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대화 속에 온전히 묻어나오는 사람, 배우로 지내온 날들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기에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는 사람, 인터뷰 내내 느낀 배우 주지훈은 그런 사람이었다
프로필
주지훈 (Ju Ji Hun)/ 본명은 주영훈(朱永鑂). 1982년 5월 16일 서울에서 태어났고 가족관계는 1남 1녀 중 장남이다. 신장 187cm, 체중 68kg, 혈액형은 A형이며 취미는 컴퓨터 게임과 독서다. 경기대학교 다중매체학부 연기과에 재학 중이며, 2002년 정식 패션 모델을 시작하며 2006년 드라마 <궁>으로 연기자 데뷔를 했고 대표작은 드라마 <궁>과 <마왕>이 있으며, 현재 영화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을 촬영 중이다.
펌) DC주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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